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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원한 깊이감을 주는 것들이 있다. 바다와 저녁밤, 나이 먹은 사람들의 눈 그리고 우정. 각각 쌍으로 엮어도 해가 없이 잘 어우러질 것이다. <와일드 호스 나인>은 그중 후자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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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마틴 크림프의 희곡집을 재밌게 읽은 적이 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나는 그 작가를 마틴 맥도너로 기억했는데, 그 후론 거의 모든 책이 그렇듯이 잊고 지냈다. 내가 하는 게 그렇다. 토마스 만과 토마스 베른하르트를 혼동하고 <이투 마마>와 <아모레스 페로스>를 교차해서 기억한다. 아무튼 그 일을 계기로 마틴 맥도너 영화를 정주행하게 되었다. 그게 몇년 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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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팬 입장에서 이 영화의 첫인상은 <In bruges>(결코 킬러들의 도시라는 번역으로 말하지 않을 것이다)와 퍽이나 가깝다는 것이었다. 브뤼헤에 체류해야 했던 킬러들의 인간사가 이번엔 모아이섬에서 펼쳐지는 것이 아닌가? 인물로 보면 콜린 패럴이 샘 록웰로, 브렌던 글리슨이 존 말코비치로, 랄프 파인스가 스티브 부세미로 고스란히 대응된다는 느낌마저 주는 것 같았다. 물론 구도가 그렇다는 것이지, 설령 이야기의 상당 부분이 재활용된다 하더라도 사실 상관이 없었다. 다시쓰기는 원본을 비워내며 또다른 군더더기로 가득 차고 마는 모습이 내겐 또다른 재미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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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곁엔 숱한 죽음과 거짓말들이 있었고, 그는 그게 업이라고 했다. 자기도 모르게 거짓말이 튀어나오고 100m 밖에서 쏘는 사격도 너무나 쉽게 느껴지는데. 그런데 어쩐 일인지 불나방 한마리 죽이는 일만큼은 마음에 밟힌다. ("솔직하게 얘기하죠. 수년 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난 아옌데를 욕했어요. 모든 잘못이 그 사람한테 있다고 생각했지요. 우리한테 무기를 주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그런 얘기를 한 내 자신을 욕합니다. 기가 막히게도, 그 인간은 우릴 자기 자식처럼 생각한 겁니다. 이해하시겠습니까? 우리가 살해되길 원하지 않았던 거지요. 만약 우리에게 무기를 주었더라면 우린 파리 목숨이었을 겁니다." 다시 잔을 잡으면서 말을 마쳤다. "결국 아옌데는 영웅이었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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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죽기에 이른 나이란 건 없고 늙었다고 해서, 병에 걸렸다고 해서 죽음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초연하게 담담하게 죽음을 말하는 그의 눈이 계속해서 슬펐다. 무리에서 소외된 늙은 코끼리가 눈앞에서 말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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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않았지만 그 눈빛이 나를 흔들었다. 세상일이 내 뜻대로 안 풀리며 잘 살고 싶다는 소망(또는 후회)로 살고 있었는데 어떻게 사는 게 잘 죽는 것인지 엔딩 크레딧 올라가며 생각하게 됐다... 집에 와서 유튜브를 해지했고.. 거짓의 아름다움과 죽음 앞의 진실에 더 많은 애정을 쏟아야겠다고. 나를 살게 한 것들에 믿음을 주자고 그런 식의 막연한 생각들...
와일드 나인 호스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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